순탄한 인생에 대해 느껴지는 이질감
- Ramblings K
- Oct 14, 2020
- 1 min read
Updated: Oct 14, 2020
요새는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순탄하게 풀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잘 풀리고 있다.
부모가 내 인생에 흉살과도 같았던 존재였던지라 이들이 사라지고 나니 걱정거리가 없다.
직장도 첫 인터뷰에 바로 붙어서 이직하고,
렌트도 첫 집에 신청하자 마자 붙고,
대학도 입시 원서 넣은데서 다 합격 통보가 오고 말이다.
평소에는 몇주, 몇달을 절절매며 사방팔방 뛰어다녀도 될까 말까 한것들이 한 두어달간에 다 연속으로 잘 되어가는걸 보니 고생끝에 낙이 온다 싶다.
어릴적 우울증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 매일같이 학교 도서관으로 끌고가서 안 써지는 과제 쓰느라 피땀 흘려서 졸업했던거,
마음의 빚지기 싫어서 재활중에 한국으로 추방당한 부모 청소잡 다 팔아서 현금화 시키고,
보내는 이력서 마다 다 퇴짜 맞고 면접 낙방해서 겨우 구한 첫 직장 어떻게 계속 버티고 버티던 순간,
평생 자식에게 가장 노릇 맡기고 방치해 놓고서는 바라는게 영주권이라길래 그거 얻어 주고 집 사고 싶다 노래를 불러서 집 사다 줬더니만 그 놈의 요구는 계속 늘어가는 탓에 부모랑 절연을 하고 그 집 문제 때문에 변호사 끼워서 부모 상대로 재판도 불사하려고 했던 기억.
멘탈이 나가고 또 나가기를 반복했던 기억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인생이 너무 순탄해져있다.
이렇게 고요하고 순조로왔던적이 평생없었는데. 매일 근심과 불안 걱정거리만 안고 살던 나에게 남들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행복이라는게 찾아왔지만 패배랑 좌절에만 익숙해져있는 나에겐 안 맞는 옷, 먼나라 이야기 같다.
내 삶이지만 내 감정은 이에 이질감을 느껴서, 이 행복을 100% 느끼고 즐길 수가 없다는것이 참 씁쓸할 따름이다.
하긴, 나이 35중에 이렇게 어떤 걱정없이 평탄했던적이 이제 고작 10개월, 아니 딱 10주 되었구나. 이런 기분에 좀 더 노출이 오래되면 나아지려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