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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

Updated: Nov 24, 2020

평생을 시달리던 불안의 뿌리를 뽑아내면서 나오는 글을 쓸때마다 나는 엄마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데 이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수용할 수 없는, 금기시 되는 주제라는걸 아주 잘 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경험을 통해 굳게 믿는 삶의 가치관 같은 개념을 완전히 부정하는 이야기에 불쾌감을 느낀다. 이건 일반적이다. 내 주위 사람들도 내가 상담을 받고 스스로 책을 찾아가면서 알아낸것들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이나 혼란을 겪으며 ‘네 엄마가 설마 그런 마음이었겠니? 그래도 잘 해드려. 나이들면 후회한다.’ 이런 얘기를 했었다. 이런건 소위 듣는 사람이 혼란을 야기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본인이 본인을 위해 그걸 합리화 시켜서 내뱉는 말이다.


그러기에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분명히 알아야 하는 사실이 일반인들은 당신의 문제를 수용해주지 못할것이다. 금기시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들 이나 다른 인격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자식의 무의식속에 깊게 심어놓는 불안은 자주 토론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무책임한 부모들은 어려서 부터 자녀들에게 가정이 이렇게 불우한건 외부의 책임 때문이고 보호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걸 아이들에게 계속 상기시키기 때문에 자녀들은 훗날 이런 문제의 뿌리가 자신의 가정에서 온 문제라는것을 까맣게 잊은채 사회의 문제들에 몰두해 자신의 불안과 쌓아둔 화를 외부에 투영시킨다.


부모가 있다는 전제하에 일차적으로 아이 뇌리에 깊이 박힌 불안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 때문이다. 외부요인에 인한 트라우마 제외하고 말이다. 이걸 간과하면 본인에 대해 평생 알지 못한채 남탓 사회탓 팔자탓만 하면서 살아갈것이다.


허나 부모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평생을 자신의 문제 그 뿌리를 모른채 삶을 마감하는 경우들은 널려있다.


어려서 부터 지속되는 부모의 비난에 느끼는 생존 위협은 만성적인 불안으로 나타나고 부모는 선택적인 애정을 쏟아 붓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의 애정을 갈구 하기 위해 완벽주의나 성취에 집착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불안은 이후 자기혐오, 비현실적인 이상, 인간관계 문제 (관계를 맺는 사람을 선택하는것에까지도 작용을 미친다. E.g 나는 왜 나쁜 남자들만 만날까?), 섭식장애 등등 온갖 문제들로 나타난다.


내 문제를 엄마에게 돌리는것 처럼 떼를 쓰고 광광 대는것이 아니다. 어느 아이나 만성 불안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태어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뇌과학에 대해선 아예 모른다고 할 수 있지만 만약 불안장애가 DNA에 탑재되어 있다 해도 이건 부모에게서 유래된것이 아니겠는가.


허나 압도적으로 각광받는 학설이 이것이고 난 훗날 경험적으로 성인인 일반인이라도 내 엄마의 행동양식을 전혀 받아 줄 수 없을 만큼 인격적 결함이 있다는걸 알아차린 후 내가 아장아장 걸어다닐적 나의 무의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건 부모일 수 밖에 없다는 학설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부모중 엄마가 자기애성 인격장애자였기 때문에 최악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거다.


내 문제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된 문제였기 때문에 유난히 내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지난 수년간 계속 치유에 몰두한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불안에 시달리지도 않고 사는데 왜 난 이걸 평생 달고 살면서 내 삶을 망치게 냅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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