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 미련 없는 삶이란
- Ramblings K
- Jan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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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청소라는 직업이 클라이언트 가정의 흥망성쇄를 다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엄청 흥미로운 직업이다.
우리 부모님이 홈 청소에 뛰어들면서 맡은 고객중에 한 중년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은 변호사에 아내는 하우스 와이프였고 결혼해서 출가한 저널리스트 딸에 좋은 동네에 자가 집한채에 양가에서 유산으로 물려받은 부동산도 있지 남들 눈에는 남 부러울게 없는 중산층 엘리트 가정이었다.
내가 부모님 도와주면서 이들을 처음 봤을때 이 부부는 이제 남편 은퇴도 바라 보고 있겠다 부모가 물려준 집중에 교통이 원만하고 적당한 사이즈로 다운 사이징을 했을땐데. 하우스 와이프인 아내는 금발에 구루프 세팅을 하는지 완벽한 머리에다가 방하나에 그림 하나씩 사서 모아두는게 취미였는데 호주 아줌마들이 거의 다 겉으로는 수수해 보여도 집에 투자하는 돈이며 기분 내킬때마다 부엌이며 욕실 뜯어 고치는 스케일만 봐도 그 사람 씀씀이가 장난 아니라는게 보임.
이 집도 장난 아니었음. 욕실 수리에 부엌도 마치 레스토랑용 코머셜 스토브에 오븐 세팅에 수영장도 뜯어고치고 갈때마다 뭘 계속 뜯어 고쳐대니 청소할 면적이 줄어서 꿀잡이라면서 청소를 했는데.
집 공사가 다 끝나고 이제야 삐까뻔쩍한 새집이 되었나 싶었더니 그때 일이 터졌음. 이때가 부모님이 이 집 청소를 한지 한 2년 되어가던 시기임.
하루는 집에 갔더니 어떤 초등학교 고학년짜리 애가 게스트룸에서 지내고 있음. 분명 저집 엄마도 그렇고 딸도 더티 블론드인데 저 애는 머리도 새까맣고 암튼 생김새가 짙음. 근데 얘 머리맡에 책상에 어떤 사진이 있는데 약간 중동, 지중해쪽 여자랑 이집 남편이랑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인데 이 여자가 어떤 애기를 안고 있음.
그리고 한주가 가면 갈 수록 이 집 아내 짐이 계속 사라짐. 엄마가 보기엔 이 여자가 짐을 계속 빼고 있다고. 페인팅도 다 사라지고 막판에는 옷장에 옷까지 다 빼냈다고. 그러더니 청소를 하러가니 이제 더이상 여자가 맞이를 안 한다고 함. 남편이 돈이랑 메모지에 뭐 좀 더 신경써달라 이런거 남겨두고 집은 가보면 휑하다고.
그 여자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음. 그리고 우리는 직감했음. 아 저 남자가 어디서 딴살림을 차렸는지 혼외 자식을 데려왔고 육순 바라보는 나이에 남편이 바람펴서 낳은 어린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화가 나서 아내가 집을 나갔구나.
결국 어느 방학때 그 남편이랑 아들이 같이 청소하러 갔을때 우리 부모를 맞이했는데 그때 그 남자가 얘는 우리 아들 xx다 소개를 했다고 함.
근데 이게 다가 아니더라고. 이 남자가 또 몇주 공백기간을 가지겠다고 그땐 새 주소로 와달라고 함. 몇달 뒤에 가보니 하버뷰 보이는 동네에 연립인데 거기서 남자랑 아들이랑 오손 도손 살길래 이 남자가 일손도 줄일겸 작은 집으로 이사를 왔나 했음. 그러더니 우리 집 수리를 크게 할껀데 몇달 뒤에 다시 와달라고. 그래서 가보니 옆에 연립하고 살던 연립을 다 터서 그 연립 주택 1층을 자기들이 다 쓰더라고. 근데 안방에 가니 여자 화장품이 있고 여자 속옷 같은게 널부러져 있다고 함. 그래서 저 아들 엄마가 같이 와서 사나 했더니.
또 제 3의 여자였음. 금발의 좀 체격있지만 그래도 한 40대 안 되어 보이는 변호사 여자임. 알고보니 이 여자가 살던 동네로 이사를 온거고 이 여자 사는 연립옆에 호를 사서 터버린거였음.
우리는 막 예순 넘은 양반이 참 체력도 좋고 마력의 소유자네. 참 어떤 면에서는 났네 났어 이랬는데.
이 남자가 계속 집에 있는 횟수가 계속 늘어남. 맨날 서재에 앉아 있고 아님 침대에 누워 있다나. 요리도 잘 안하는지 이전에는 올리브 유 칠갑이던 스토브가 지난주랑 별반 달라진게 없고 이렇다 함. 이 남자 아들 나이를 잘 못 유추를 했었는가 암튼 그 사이에 고3이 되었음. 암튼 아들 수능 보기 전에 그 남자는 결국 병 때문에 죽음. 새집 들어가서 산지 2년 정도 되었나 했을 때임.
그래서 그 집엔 졸지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40대 금발 변호사랑 죽은 남자의 아들이랑 덩그라니 남음.
엄마 같은 사람은 워낙 생각의 깊이가 얕아서 그 당시 조강지처 버린 그 남자가 천벌 받은거라고 했었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남자처럼 자기 꼴리는데로 다 하고 살다간 사람이 어디있나 싶음. 그 사람 수명이 거기까지 였을뿐. 어떤면에선 살아 있는 내가 명복을 빌어주고 자시고가 있었나 싶음. 진짜 뼛속까지 자기 원하는것만 냅다 지르다가 산 사람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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