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신체발부수지부모

Updated: Oct 14, 2020

“네 사지가 멀쩡하게 태어난것도 다 부모인 내덕이야”

가끔 이런말로 자식들 가스라이팅을 시키는 부모들을 종종보게 되는데 참 같잖아서 헛웃음만 나온다.

내가 태어나기 직전 80년대 초반에 대량으로 태아를 위한 임산부 건강보조식품이 대량으로 리콜이 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보조식품을 먹고 기형아를 출산한 케이스가 수차례 보고되어서 대량 폐기처분을 하게 되었고 이건 전세계적으로 시판되던 약이라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다.

정말 아이의 건강이 전적으로 부모의 ‘덕’이라면 이 약을 구매하고 꼬박꼬박 챙겨먹는 정성을 들여서 태아의 건강을 도모한 그 피해자 부모들은 정말 부모의 역량이 모자라서 기형아를 출산 했다는 말인가?

그러면 지하상가에서 매일 먼지 마셔가면서 세끼를 컵라면으로 때운 나의 엄마보다 재정적, 시간적, 정서적으로 더 여유로와 태교를 하고 사전적 지식까지 습득해 보조제를 복용했는데도 얻은 결과가 예상치 못한 비극이라면 이건 부모의 재량 밖의 범위라고 생각한다. 간절히 소망하고 바라고 내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서 별 큰 탈 없는 아이가 나오는게 아니란 말이다.

염색체를 제멋대로 골라내서 맞춤 DNA로 아이를 만들어 낼 수도 없는게 지금 이 시대의 인간이다. 그렇게 하찮은게 인간이다. 그래서 의학적인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은 일반인이 아이를 출산할때는 모든것이 다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들을 간절히 바랬는데도 딸만 줄줄이 낳아서 어른들에게 꾸중듣는 며느리가 2019년 이 시대에도 있고 부모 이전대에 발병했던 선천적 질병이 아이에게 발견될 수도 있고 백퍼센트 유전적인 질병도 있긴하지만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이 아직 모든 질병이나 유전에 대한 수수께끼를 다 풀지 못한 이상 아이가 오롯히 온전한 신체를 타고 날 확률은 도박판 주사위 던지기나 다름 없다.


사람들은 우연하게 일어난 일들에 뭔가 그럴듯한 타당성을 부여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자기가 생각한 공식대로 세상이 순탄하게 돌아간다고 한숨을 돌리고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것인지 싶다. 본인이 경험한 일들을 다 조약하게 짜집기해서 그것들이 모두 한가지의 필연성으로 연결된다고 자기 자신 조차도 그렇게 속인다. 우연찮게 길한 일이 생겨도 뭔가 내가 덕을 쌓은 탓이라 굳게 믿는다. 그래야 앞으로 더 덕을 쌓으면 만사형통할꺼 같으니까. 우연찮게 흉한일이 생기면 외부의 무슨 요인 때문에 혹은 내가 이전에 저지른, 별 연관성도 없는 과오때문에 오늘날의 불행이 왔다고 그렇게 믿어 “내 인생은 뭐 원래 이렇게 밑바닥이지.” 라며 자신을 속여가며 더이상 노력하기를 거부한다. 사람은 원래 그렇다. 예측을 할 재량이 없으니 자기 혼자서 스스로 공상을 해서 세상을 거기에 끼워 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랜덤하게 나온 자식의 건강도 내 덕이고, 아니면 내가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신의 가호 아래 나온거고. 남녀 관계 아래 애는 베었으나 그 아이의 안녕에 대해서는 자기가 직접 손을 대어 조물주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그런 미천한 인간이라는걸 망각한다. 그리고 출산의 고통과 육아의 스트레스는 어딜 가서 보상은 받아야겠단 생각은 간절하게 들고 말이다. 그래서 저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흘러간 내 과거의 대한 보상심리를 내가 좌지우지 못하는 부분에서 까지 거론하면서 채우고 싶단 심보다. 뭐가 그리 피해의식에 보상받고 싶은 생각이 드나 모르겠다. 관계맺고 애를 가지는건 결국 부모들 스스로한 선택이고 인생에 있어 책임이 따르지 않는 선택이 어디있나? 그럼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자식들이 저절로 무슨 구름처럼 뭉게 뭉게 솟아 장성한 상태로 자신들을 부양하기 바라는가? 애초에 보상을 왜 바라나. 일 벌려 놓은건 자기들이면서. 참 이렇게 어른 구실 못하는 인간들이 천지이다.



Kommentare


  • White Facebook Icon
  • White Twitter Icon
  • White Pinterest Icon
  • White Instagram Icon

© 2023 by Design for Life.

Proudly created with Wix.com

Thanks for submitting!

Rambling's Blog is a Personal Blog with a focus on Mental Health Recovery & Philosophy

bottom of page